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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슈짐] 시간이 달라서 01

1화




 붉은 빛으로 드리운 방 안에 달뜬 음성이 울려퍼졌다. 차마 침대로 갈 여력도 없었는지 소파 위에서 한데 엉겨붙어있던 남녀의 실루엣은 이내 벽면의 그림자와 함께 규칙적인 일렁임을 보였다. 적당하게 그을린 두 다리 사이에 자리한 정국의 엉덩이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여성의 허리가 유연함을 뽐내며 휘어졌다. 여성은 입을 맞추려는듯 정국의 목덜미를 양 손으로 끌어당겼지만 거슬린다는듯 다시 손목을 낚아채어 소파에 짓누르는 정국 탓에 그저 거칠어진 숨만 몰아 쉴 뿐이었다.








 01화




"야! 전정국 어디있어!"


 오랜만에 들려오는 매니저의 격앙된 목소리에 석진의 눈과 입모양이 동그래졌다. 지민은 그런 석진의 표정을 보고 히죽히죽 웃다가도 매니저의 레이더에 잡힌 정국이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기 없이 입을 벌린 채 남준을 바라봤다. 남준도 바른생활만 하던 정국을 매니저가 그렇게나 화난 채로 끌고 나가는 광경은 생소했는지 의문스럽다는듯 미간을 구겼다.




"아, 말로, 말로 해요!"



기어코 빈 대기실을 찾아 정국을 데리고온 매니저가 그의 귀를 놓아주자 정국은 아야하는 소리를 내며 쪼그려 앉아 오른쪽 귀를 감싸쥐었다. 그리곤 억울하단 눈빛으로 매니저를 올려다봤지만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앉으라며 턱짓을 할 뿐이었다. 정국이 볼멘소리를 내며 의자를 빼내어 앉자마자 매니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꺼내든 사진 몇장을 테이블에 던졌다. 매끄러운 테이블 위로 사진들이 쭈욱 미끄러지는 것을 정국의 시선도 따라갔다. 몇 초뒤 뜨악하는 비명이 들려오는 듯한 그의 표정을 보던 매니저는 한숨을 내쉬며 정국의 맞은 편에 털썩 앉았다. 


"저번주 토요일 새벽 2시 35분."

"……."

"초이스 모텔."


다리를 달달 떨기 시작한 정국 탓에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꽃 병이 부딪히는 작은 소음만이 대기실을 채웠다. 저만치 떨어져있는 사진 속 자신의 모습에 한참을 꽂아뒀던 시선을 거둔 정국은 마른세수를 연신 해댔다. 정확히 2016년 10월 1일, 대문짝만하게 써있는 초이스모텔입구에서 찍힌 자신과 여아이돌의 모습은 사실 기억이 제대로 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은 친한 다른 그룹 친구에게 요즘 답답하다며 고민을 털어놨더니 '그럴 때는 여자랑 한 판 땡겨야지!'라는 터무니없는 해답을 내놓았고, 그 해답을 실천하자니 정국은 너무 숫기가 없었다. 그렇게해서 생각한게 '그럼 갈 때까지 술을 마셔보자!'였다. 그 결과는 이렇게 참담한 사진이 되어 자신을 옥죄고 있었다.


"인마, 너는 스무살된지 얼마 됐다고……."

"형, 저 진짜 가고싶어서 간 게 아니라,"

"그럼! 끌려갔냐? 엉?"


빼액 소리를 지르는 매니저의 모습에 움찔한 정국은 정신이 혼미해져왔다. 아니 그럼, 저 사진들은 분명 기자나 사생팬이 찍었을텐데. 그럼 나 이제 방탄소년단이고 뭐고 끝인가? 온갖 생각까지 도달한 정국의 심장은 부서질 듯 요동치고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정국을 한 번 흘겨보던 매니저는 크흠.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너 이거 디스테이한테 찍혀서 다행인줄 알아. 이번에 계약했기에 망정이지."

"아."

"아? 아는 무슨 아야? 안 미안해?"

"죄, 죄송해요……."




정국은 한 바탕 소동이 끝나고나서야 다시 멤버들과 있던 대기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정국을 향해 스트레칭을 하던 호석이 쪼르르 달려왔다. 아까 전까지만해도 깜짝 놀라던 석진은 머리손질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우야, 뭔일이래. 얘 귀 빨간 것 좀 봐."


호석은 심각한 얼굴로 정국을 살피다가도 귀에 장난스럽게 호호 입김을 불었다. 그럼에도 정국이 별 반응을 보이지않자 태형도 바퀴달린 의자를 타고 와서는 정국 앞에 빼꼼 고개를 들이밀었다. 너 뭐 잘못했어? 라는 태형의 물음에도 정국은 섣불리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팀 내에서도 이런 사고를 칠만한 이미지가 전혀 아니었으니 멤버들이 적지않은 충격을 받을 법 했기 때문이었다. 별 거 아니에요. 라는 말을 남기고 거울 앞 의자에 앉은 정국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이어폰으로 두 귀를 막았다. 멤버들은 알 수 없는 정국의 행동에 저마다 나름대로의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야, 전정국이가 왜 불려나가냐. 태형이도 아니고."

아까부터 지긋이 눈을 감고 있던 윤기가 한마디하자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태형이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어이없음을 표현했다. 그 얼굴을 거울로 본 스타일리스트가 작게 웃음을 내뱉었다.


"아니, 뭐. 그나마 사고를 치는 건 태형이다. 이 소리지."

윤기의 옆에 앉아있던 남준은 태형을 힐끔보며 그건 맞지. 라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은 목을 풀다말고 정국의 뒤에 서서 물끄러미 정국의 뒷 모습을 쳐다봤다. 그러고는 한마디 했다.





"정국이 때문에 식비가 많이 나왔나?"


지민의 말에 멤버들은 저마다 수긍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정국 모텔 



정국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다행히도 일주일 전의 그 사건은 일단락되는듯 했다. 덕분에 정국은 병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서치하는 습관이 생겨버렸지만 아무런 일 없이 활동을 한다는 것에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게되었다. '입력하신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라는 글이 뜨자 정국은 만족한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아, 깜짝아!"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지민의 얼굴에 정국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국이 너무 큰 소리로 놀라는 바람에 지민의 어깨도 작게 들썩였다. 지민의 시선은 여전히 정국의 휴대폰 화면에 머물러 있었다. 의문스러운 표정을 한 지민을 보던 정국은 들고 있던 휴대폰을 황급히 돌렸다. 뭐, 뭐에요. 말까지 더듬은 채.


낮추고 있던 자세를 바로 펴고 선 지민은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고, 정국은 여전히 긴장한 표정을 하고서 큰 눈을 꿈뻑이고 있었다. 얜 내가 뭘 했다구. 하며 지민은 정국의 머리칼을 한 번 쓰다듬고 방문을 나섰다. 지민이 문을 닫고 사라지자 정국은 그제서야 못봤겠지? 라고 중얼거리며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또 벌컥,


"근데 정국아."

"어?"

"그, 모텔은 왜 검색하냐."

"아, 그, 모텔 이름이 그런 모텔이 있다길래요."

"…그래?"

지민의 대답은 잠깐의 정적 후에 돌아왔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정국은 속에서 망했다라는 말만 연신 외쳐댔다. 사실을 얘기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특히 지민에게는 더 그랬다. 자신을 오랜 시간 답답함과 혼란스러움 속에 갇히게 만든 장본인이 지민이었기 때문이다. 형한테 자꾸 이상한 마음이 생겨서 미치겠어요. 내가 여자를 제대로 안 만나봐서 그런가 해서 술 진탕먹고 모텔에 가서 여자랑 그 짓을 해봤어요. 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정국은 오랜 기간 고민을 할 때마다 지민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상상은 수도없이 해봤다.

 ‘내가 형을 좋아해요.’ 


하지만 상상 속의 지민은 정국을 벌레보듯이 보고 있었다.


"그냥, 궁금해서요. 정국 모텔이 뭐야. 하하."



멋쩍게 웃는 정국을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보던 지민은 이내 습관처럼 두툼한 아랫입술을 이빨로 지분거리며 다시 방문을 나섰다. 정국은 지민이 나가자마자 문고리를 걸어잠궜다. 처음부터 요상한 감정을 느끼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국은 때늦은 후회를 해봤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어쩔 수 없는거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이후로 자신도 어찌할 수 없을만큼 마음이 점점 커지는 건 정국을 자주 곤란하게 만들었다.


국민연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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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슈짐] 시간이 달라서 02